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튤립입니다.
이건 자랑인데요 ㅋ
예전에 네덜란드에 가서 운 좋게 튤립 축제에 가본 적이 있어요.
영어 잘 하는 친구를 따라 새벽 버스를 타고
쾨켄호프(Keukenhof)라고, 철자를 봐도 읽기 어려운 표지판들을 따라 축제장에 도착했을 때를 잊지 못해요.
전체가 큰 숲, 정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그 싱그러운 냄새와 촉촉한 대기란!!
피톤치드 가득 찼던 그 넓고 푸른 공간을 각양각색의 튤립이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튤립은 꽃 잎도, 줄기도, 잎도 모두 탄탄해요.
그래서 꽃들의 색들도 선명하고 분명하지요.
그 명료함과 건강함이 저는 참 좋습니다.
스케치는 인터넷에서 본 어느 분의 그림을 따라 그렸고,
색깔만 제가 그리고 싶었던 노란색으로 변형했습니다.
스케치는 몇 달 전에 완성하고 한 동안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오늘 손에 잡고 완성까지 했습니다. 오예!
노란색으로 그리는거 저는 좀 어려워요.
노란색이 밝고 대비 되지 않으면 좀 약한 감이 있는데
이 안에서 명암 주며 양감 올리려고 하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예전에 그래서 해바라기도 쉽지 않았어요.
이번 튤립에서는 오렌지 계열 색들을 약간씩 섞어서 어찌저찌 해봤는데.
저의 최선은 저기까지. ㅠㅠ
사실 오늘 일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했어요. 일요일인데 ㅠㅠ
제가 책임지고 있는 프로젝트가 잘 되고 있지 않는 것 같고,
그 원인이 나의 부족함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확인 되지 않은 추측들 때문에 속상하고 힘들었어요.
그리면서도 일에 뭍어있는 감정들이 올라올 때면 마음이 출렁였는데,
다 그리고 완성할 때 쯤엔 다행이 좀 잠잠해 졌습니다.
과정에서 발견한 것도 있고요.
그건 제가 '이랬으면' 하고 바라는 상상 속 자신보다
조금 더 찌질하고, 계산적이고, 별로라는 거였어요.
기껏 고심했다고 했던 것들이 다시 되짚어 보니 참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저라는 사람 전부를 말하는 것 같을 때는
정말 너무 창피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무력해져요.
한창 그런 생각에 몰입되어 자괴심의 구멍을 계속 파려고 할 때
잊고 있던 튤립을 다시 꺼내 완성 한 거에요.
그런 찌질한 나도 있지만,
잊지 않고 그림을 찾아 완성한 나도 있어요.
그래서 안심이 되요.
스케치만 뜨고 색칠은 그냥 혼자서 마음대로 해본 거라
꽃도 잎도 좀 어색한데
그래도 혼자 시작한 그림을 혼자 끝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큽니다.
그리면서
수채화 참 재밌다, 참 괜찮다, 그래서 다행이다,
속으로 여러 번 외쳤습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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