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는
마감도 약간 엉성하고
방문도 뒤틀리고
문을 닫아도 나방과 벌레, 바람들이 휭휭 들어온다.
그래도 아르메니아 내에서
가장 편의시설이 잘 되있는 곳에 위치해 있고,
경비 분들도 24시간 불철주야 열심히 일해주시는
참 안전한 곳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의 최고 가치는
바로 아파트 뒤로 나있는 숲으로 향해있는
발코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한 번씩 다 와서
Chévere 를 외치고 간
우리 아파트 발코니에서 보이는 숲!!
그 숲에는 엄청 나게 다양한 새들이 산다.
매일 아침 새소리를 알람삼아 일어난다는
동화 같은 현실을 내가 살고 있다. ㅋㅋ
거의 매일 멍하게 새를 보던 나는
어느 날 결심을 했다.
우리집 발코니를 저 새들의 Zona Rosa로 만들겠다고.
경쟁자는 1층 할머니네 집인데,
그 집에는 항상 새들이 드나든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해봤다.
이렇게 숲이 있다.
그리고 새들은 당연히 저런 곡식류(옥수수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음)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Olimpica에 가서 저런 걸 하나 사왔다.
처음엔 저 노란 것만 놔두었는데
몇일이 지나도 양이 줄지 않았다.
새는 커녕 개미도 보이지 않는 미끼.
이걸 보고 이웃 가브리엘은 새들이 냄새를 맡고 다가올 수 있게
과일을 같이 놔보라고 제안을 해줬다.
그래서 나중에 저렇게 몽키 바나나를 하나 까서 올려 놔 봤다.
가까이서 보면 저렇게 길이 있다.
새들을 위한 친절 한 길.
가브리엘의 작품이다.
그리고 밤이 되고,
나는 아침에
이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새들이 왔다 갔다.!
파인애플은 나중에 투입돼었는데,
자세히 보면 새들이 쪼아먹은 흔적이 있다.
여전히 노란 콩 같은 건 안먹은 걸 보니,
새들이 곡식을 쪼아 먹을 거라는 건
내 편견이었던 것 같았다.
나중에 1층에 내려가서 경쟁집을 보니,
그 집에는 플라타노와 바나나를 상시 베란다에 두고 있었다.
새들이 이걸 좋아한다고 경비 친구들이 확인해주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나는 이전에 사놓은 플라타노 절반과
(나머지 절반은 내가 먹었다)
몽키 바나나 절반
(나머지 절반은 내가 또 먹었다)
을 두고 하루를 기다렸다.
.
.
.
.
다음날 아침,
나는 방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평소 들리는 새 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뭔가, 지금이다! 싶은 이 기분.
그렇게 고양이 걸음으로 나가보니
ㅠ_ㅠ
>ㅂ<
♥_♥
플라타노를 쪼아먹는
이 친구를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감동이 ㅜㅜㅜㅜㅜㅜ
이제 쟤가
돌아가서 입소문만 잘 내주면 된다.
부탁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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