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에서 인간의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를 크게 3가지로 나눕니다. 50%는 유전입니다. 권위에 복종, 스트레스 취약성, 위험을 추구하는 정도와 같은 인간의 기질은 타고 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10%는 조건입니다. 대게 행복하면 건강하고, 충분한 돈이 있고, 좋은 파트너와 결혼을 하는 것과 같은 것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이런 삶의 조건들이 좌우하는 것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해요. 왜냐하면 인간은 이런 조건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이죠. 좋은 차를 산 기쁨도 잠시, 얼마 뒤에는 그 차를 타고 하는 드라이브가 평범한 일상이 되버리죠. 그러면 나머지 40%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40%의 행복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전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머지 50%겠죠.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유전이 우리 삶을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 철학자인 줄리안 바지니(Julian Baggini)가 한 말이 인상적이에요. "Various options are pencilled in by our genes, and our life experiences determine which get inked." 1 결국 유전자에 적힌 내용들이 드러나는 것은 삶의 경험을 통해서니까요. 삶의 경험은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는지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이 태도를 선택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렇게 삶을 스스로 창조해갑니다.
저는 청소년 친구들과 이 부분을 미술로 나누고 싶었습니다. 종이위에 무엇을 그릴지, 어떤 색을 칠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예술가지요. 우리는 자신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수 많은 선택을 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창조해 나갑니다. 예술가처럼요. 예술의 창작 과정은 삶의 이 과정과 참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을 통해 치료도, 교육도, 더 깊은 경험도 가능한 겁니다.
제가 준비한 작업은
<자화상 그리기 Autorretrato_Soy el Creador de mi vida>!
#나는 내 삶의 예술가 #가장 자신있는 모습으로 #나를 표현해본다 #그림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드러내는 시간
이 작업은 총 2번 진행했습니다. 한 번은 2017년 11월, Teresita Montes에서 졸업을 앞둔 11학년 학생들과 함께 졸업선물처럼 진행했었고요. 나머지는 Juan Pablo1에서 2018년 9월, 8~9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었어요.
수업은 2번의 만남이 필요합니다. 한 번은 오리엔테이션 시간으로 PPT를 이용해 미술사에서 유명한 초상화 작업들을 소개하면서 작가들이 어떤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했는지를 나눠봐요. 그리고 본격적인 작업을 소개하면서 주제와 재료, 과정 등을 안내합니다. 2번째 시간에는 실기를 진행하고요. 오리엔테이션이 마치면 각 학생들은 각자 가장 자신있는 얼굴 표정과 포즈로 셀피를 찍어 저에게 보내줍니다. 사진 취합과 전송은 당연히 대표학생을 지정해 부탁해야해요(각자 보내라고 하면 왓츠앱 메세지가 감당이 안됩니다;;;). 그러면 저는 A4지 사이즈로 사진들을 프린트 해서 준비해 갑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는 고흐나 유명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소개하고 함께 생각해봐요. 콜롬비아 출신 유명 화가 보테로의 그림도 함께 보면서 우리가 내용적으로는 패러디의 방식을 취할 거라는 것도 알려주고요.
그리고 그림의 형식은 팝아트를 차용할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팝아트의 시각적인 특징에 대해서도 다양한 팝아트 작품들을 보면서 함께 정리해보고요.
그런 뒤에는 필요한 준비물과 작업 과정, 그리고 당부도 합니다. 그림 속에서는 스스로가 예술가이니 제발 사진처럼 그리지 말고 하고 싶은 데로 맘 껏 자기 개성을 드러내보라고요.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더듬더듬 스페인어로^^;; 여튼 통하면 됐지요. ㅋㅋ).
그 다음 시간에 재료들이 모두 준비가 되면 작업을 시작하지요. 작업 과정은 사진과 재료만 있으면 초간단! 제가 평소 쓰는 작업들은 대부분이 쉽게 재료를 현지에서도 공수할 수있고, 전공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것들이에요.
먼저 인쇄된 사진 뒷면을 연필로 색칠해 먹지로 만들고, 도화지 위해 사진을 다시 위로 해서 올리고 난 다음에 외곽선을 따라 그리면 밑그림을 쉽게 얻을 수 있어요. 그런 다음에 원하는 색을 선택해서 색칠 시작! 다 색칠한 다음에는 검은색 마커로 외곽선을 따서 이미지를 더 선명하게 해주면 되요. 팝아트 처럼!
단순한 작업이라도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작업이고 색칠하는 데는 시간이 꽤 소요되서 2시간 만으로는 부족하고, 선생님들께서 허용해 주시는 추가 시간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남은 작업을 해오는 것으로 보충해야 했어요.
미술수업이 이렇게 이뤄지는 기회가 잘 없기 때문에 저학년 친구들은 윗학년 선배들의 작업을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요. 학생들이 교실 밖이나 교실 바닥에 자유롭게 앉아 작업을 하는 일은 여기서는 흔한 일이에요.
2017년 Teresita Montes 학생들 책상은 좀 더 넓어서 작업을 교실안에서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말 감사했던 일 중에 하나는 함께 수업을 진행했던 11학년 물리 선생님께서 나중에 제가 다른 반을 담당할 시간이 안되자 저 없이도 직접 수업을 진행해주셨던 거에요. 그래서 덕분에 거의 모든 11학년 학생들이 자기 자화상을 가지고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짱짱!!! Mil Gracias, Luchoooo! :D
그렇게 해서 완성된 개성넘치는 자화상 그림들입니다!!!
각양 각색의 자화상 만큼, 학생들은 자신의 의미와 행복찾아 하루하루를 그려나가고 있겠죠? 이제 임기 종료까지 60일도 남지 않았는데, 콜롬비아 이후의 저도 지금의 경험을 이어 어디선가 제 삶을 그렇게 살아 나가고 있을 거고요. 나이와 성별, 국적은 모두 달라도 삶이라는 도화지 위를 그려나가는, 우리 각자는 내 삶의 예술가이니까요.
- The Guardian지에 2015년 3월 19일, "Do your genes determine your entire life?" 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 나오는 말이었어요. 관심 있으시면 옆의 주소로 찾아가보세요(각주는 링크가 안걸리네요.).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5/mar/19/do-your-genes-determine-your-entire-life?CMP=share_btn_fb&fbclid=IwAR250dazcBsOPK5kpjCSqijVix_KsWdjIPD_lIGVA89Toge79yRRXXLPwSI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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