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을 기획한 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일은 재료를 준비하고 활동 시간표를 짜는 일이었습니다. 재료는 아르메니아 시내에 있는 옥시덴떼(Occidente) 라는 화방 문구점을 이용했습니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했던 곳은 견적서(Cotización)발행이 어렵다고 했기 때문에 약간 더 비싸지만 코이카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잘 구비해주고 배송까지 협조해주었던 곳에서 대부분의 미술 용품들을 구매할 수 있었지요. 종종 스펀지나 아동들이 깔고 앉을 수 있는 바닥 매트, 플라스틱 용기 등은 전문 가게에서 구입해야 했는데, 마찬가지로 아르메니아 시내에 대부분 밀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 견적서 발행, 결재까지 진행했습니다. 대부분 큰 물건들은 옥시덴떼처럼 배송이 가능했었습니다. 다만 플라스틱 용품점은 배송이 어려워서 코워커 차로 함께 이동을 시켰습니다. 코이카 물품 구입비 예산은 전체 2,500불(미화)인데 2년 동안 사용하기에 충분했어요(필요한 걸 다 사고도, 전 좀 남았어요). 하지만 아시다피시 사무실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날짜들은 정해져 있고 미술 및 교육 분야 단원들은 수시로 필요한 재료들이 생기기 때문에 변수들을 다 예측해서 재료를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그래서 활동 중에는 쏠쏠이 개인 비용 지출도 생깁니다. 콜롬비아에는 한국의 다이소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Toda a 1,000(모두 천페소)'같은 가게들이 시내에 많은 데, 이런 곳들을 가면 싼 가격에 자질 구래 한 재료들을 살 수도 있었습니다.

콜롬비아 공립학교들은 많은 학생 수를 수용하기 위해 2부제(오전반 AM 7 ~ PM 1, 오후반 PM 1:30~ 6:30)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꽉 찬 학교 내 시설 이용 일정과 하교 시 안전 등의 이유로 방과 후 수업이 활성화되기는 힘든 측면이 있었어요(등하교 시간에는 대게 학부모들이 아동들을 직접 마중 나오거나 안전한 승합차 등을 대절해서 이동합니다). 제 코워커는 교사들의 허락을 얻어 수업 시간 중에 아동들을 불러 내서 집단을 운영하는 것이 유일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안정적이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그리고 장소는 학교 도서관이나 카페테리아 등을 이용하기로 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마쳤지요.
제가 있었던 공립학교는 대부분 인근 중산층 가정 아동들이 다니고 있었지만, 그중에는 사회경제 수준이 최하층에 속한 학생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예 상류층은 사립학교로 빠지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계층 간 위화감이 크게 조성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이유로 청결이나 위생 관리가 잘 안 되는 아이들(대게 최하층에 속한), 학급 내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아동들이 집단 내에서 소외되는 일들은 자주 일어났었죠. 활동은 이 아동들을 주목해서 이뤄졌습니다.
집단 활동에 함께 하게 된 아동들은 대게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1~3학년에 속했습니다. 그래도 나이는 한국 아이들보다 1~2살 정도 어려요. 1학년 아동들은 평균 6세(만 나이 5세) 정도이고, 체구도 조금 작은 편이라 더 아이 같아 보입니다. 제 코워커는 인지 발달이 늦어 학습을 따라가는데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 중에 심리정서 상태가 취약한 아동들과 충동성과 공격성이 높거나 자신감이 약해 학급 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아동들을 우선으로 추렸습니다. 아동들의 가정경제 수준은 낮은 편이었고, 주양육자로부터 필요한 돌봄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이점이라고 하면 경제적 빈곤과 공적 지원 수준이 보다 열악하고 다양한 가정 문제 중에는 양육자들의 마약, 매춘과 관련된 문제들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 학교에서는 쉽게 듣기 어려운 문제들이지요. 대신 콜롬비아에서는 한국에서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알코올 관련 문제들은 한국보다는 조금 덜 한 것 같습니다. 보다 강하고 확실한 물질인 마약이 싼 가격에 옵션으로 있으니까요. 이런 문제들은 하류층으로 가면 더 심각한 모습으로 자주 나타나고, 중독과 폭력의 가장 큰 피해는 결국 아동들에게로 향하게 되지요. 그리고 일찍 자신에게 지워진 큰 짐을 지고 학교로 온 아이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분출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갈등과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낯선 이야기는 아니죠?
저는 코워커와 함께 3개의 Sede에서 총 5개의 집단을 구성했습니다. 콜롬비아나 남미 공립학교에서 일하시게 될 분들은 Sede라는 개념이 조금 낯설으실 텐데(저도 처음엔;;), Sede는 기관이나 단체 같은 곳의 본부, 본거지, 근거지 의 뜻을 가지는 말로써 한국으로 치치면 분교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대학 중에는 서울에 본교가 있고, 지방에 분교가 있는 형식을 가진 곳들이 있는 것처럼요. 제가 있었던 학교도 전체 큰 이름은 Institución Educativa Teresita Montes 가 공식 이름이고 그 아래 3개 Sede, 즉 본교인 떼레시따 몬테스Teresita Montes와 분교 개념인 루이스 까를로스 갈란Luis Carlos Galan, 후안 빠블로 프리메로Juan Pablo 1가 속해 있었어요. 이 학교들은 서로 걸어서 5분, 멀 게는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떼레시따 몬떼스에서는 1학년 집단, 2학년 집단 총 2개, 루이스 까를로스 갈란에서는 오전 집단(1~3학년), 오후 집단(3학년) 총 2개, 후안 빠블로에서는 3~4학년 집단 1개가 결정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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